벌써 23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쉬어 보는 건 처음이라 여러 계획을 세우긴 세웠는데, 대부분 달성하지 못 한 것이 심히 아쉽다.
그래도 나름 힐링이라면 힐링이고, 고난이라면 고난을 겪어온 시간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가장 빠르게 인간적으로 성장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1월: 스키, 홍대
![](https://blog.kakaocdn.net/dn/mqqSn/btslS6rw7CX/FKxw4tVTMdqsbDyjd0kAk0/img.png)
1월엔 동아리 후배들과 스키장에 놀러갔다.
스키타는데 무릎 힘이 필요하다는 걸 몰라서… 기대하고 갔는데 무릎때문에 결국 포기했다. 같이 간 친구들에게 좀 미안했는데 어쩌겠노… 더 이상 내 무릎은 내가 컨트롤이 안 되는디,,, 😢
그래도 저녁에 추억팔이하면서 이것저것 얘기하고, 다음날 아침에 썰매 같이 타준 덕분에 나름 잘 즐기고 왔다(shout to 1jeong, eyi)
![](https://blog.kakaocdn.net/dn/k2I8w/btslUsudasD/Gx63VJ6GKbEKEOeFn9tCE1/img.png)
백준 대회 겸 서울에 사는 친구들 얼굴 보러 서울도 올라갔었다.
대회는 준비없이 고인물들 구경하러 간거라 결과는 기억도 안 난다. 대회 끝나고 홍대가서 술 마시고, 다트 던지고 놀았던 기억만 남아있다. 20살을 마지막으로 홍대를 가본게 처음인데, 그때랑 좀 달라져있어서(다른 곳을 갔나..?) 잘 못 알아봤다. 이제 홍대에서 놀 나이가 아니긴해…ㅜㅜㅠ
이 시기에 다트 폼이 좀 올라서 내기란 내기는 다 이겼는데, 지금은…ㅠㅠ 자취하면 연습 좀 해야겠다.
2월: 선물, 졸업
![](https://blog.kakaocdn.net/dn/HDlTa/btslUtNpODG/n23MhlkqerHinNYw90pDe0/img.png)
그 대상이 누구가 되었든지, 누군가를 위해서 선물을 만들거나 준비한다는 그 자체로 행복할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다. 사실, 그 대상이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는 별로 중요한게 아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게 신기했다.
![](https://blog.kakaocdn.net/dn/rTpEd/btslR6lqgKr/cCKgFbueAJTv5TNAPIU6j1/img.png)
나도 졸업을 하는구나…
오전까지만 해도 사실 상당히 얹짢았다. 다들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사진찍고, 부모님이랑 같이 예쁘게 사진찍고 다니는데, 그러지 못 하고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현타가 쎄게 왔다.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인데다가 저학년 때 선배들이랑 어울렸다 보니 동기가 정말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7년간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지고, 또 그렇게 바뀌겠다고 다짐했는데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이 미워졌다.
괜히 심술나서 같이 사진찍자던 친구도 뿌리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친구들이 안 나오고 뭐 하냐고 전화가 와서 싱글벙글 급하게 뛰어나갔다.
너무 피곤하고 우울해져서 그냥 방바닥에 널부러져서 자고 있었는데, 급하게 텐션올린다고 알콜 좀 적시고 나갔는데, 효과가 좋았었던 것 같다. 내가 놀랄 정도로 텐션이 올라와서 내재되어 있던 10%의 E성향이 발휘됐다.
바쁜데도 축하해주러 온 uzun
, hee
에게 감사하고, 사진찍어준 henry
에게 고맙고, 예상치 못한 선물 챙겨준 1jeong
, eyi
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나도 인싸 느낌 나는 졸업식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3월: 사라지는 추억, 급발진
![](https://blog.kakaocdn.net/dn/cKGjpR/btslQnVmUQo/sEXYZK9aXKSIofuFcVdOo0/img.png)
어릴때 부터 노래를 좋아해서 그런지, 인생을 설명해보라고 하면 노래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정도로 Music is life다.
10대를 설명할 수 있는 노래 장르가 EDM, HOUSE MUSIC이라면 20대는 힙합이다. 10대 후반부터 힙합에 빠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힙합만 들으면서 산다. Hiphop is life다.
친구 따라 힙합 클럽(말이 클럽이지 펍이다)에 제일 처음 따라갔을 때가 서면 그루브, 논모르드였다. 개인적으로 그루브는 힙합 클럽과 진짜 그런 클럽의 경계선에 있는 모호한 장소라고 생각해서 별로였고,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지금의 그루브는 아예 클럽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반면 논모르드는 친구 생일이거나, 무엇인가 축하하거나 놀 일이 있으면 자주 갔던 힙클이다. 사실 가서 하는 거 라곤 다트치다가 아는 노래 나오면 같이 놀다가 지치면 나가서 술 마시고, 다시 다트 치고… 하는 반복적인 일이지만 왜 인지 모르게 막상 친구들이랑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게 된다.
그런 논모르드가 3월 26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해서 친구들이랑 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됐다. 중간에 사고가 좀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침까지 재밌게 놀다가 들어갔다. 보통 놀다가 지치거나 질려서 피시방에서 첫 차 기다렸다가 집 가는 게 패턴이었는데, 그런 거 없이 영업 종료까지 쭉 놀다가 해 보고 퇴근 찍은 게 처음이라 기억에 남는다.
이제 부산 다 죽었다…
4월: 그저 힐링
제일 아무 것도 안 한 한달이지 않을까 싶다.
매일 운동하고, 피부과 다니고, 운전 연습하고 하루하루 바쁘긴 했는데, 큰 사건이나 이벤트가 없었다..
그나마 잠 자는 것 좀 연습해서 불면증이 조금 치료되었다는 점..? 매일 잠 못 자서 진짜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그래도 3일에 1번 정도는 제 시간에 푹 잘 수 있을 정도가 되어서 다행이다.
5월: 간만에 영화
![](https://blog.kakaocdn.net/dn/XynTy/btslVlO8Lzy/08zac3W2XJ6DCZjMga3pNK/img.png)
5월은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5월 5일에 조카들 봐주고.. 8일에 어버이날 챙기고, 가장 가까운 친구 생일에다가 5월 말에는 서울에 사는 큰 누나네 가족들이 내려와서… 여기저기 많이 쏘다녔다.
아..! 진짜 거의 4년만에? 영화보러 갔다! 아마 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영화 본 기억이 없는데… 심지어 엔드게임도 개봉 당일 조조로 혼자 봤는데, 이번에도 혼자 영화보러 갔다.
평일에 영화 볼 친구도 없거니와, 영화 자체를 조용하게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가서 신경 써가며 보는 것 보다 사람 없는 시간에 혼자 보는 게 더 편하고 좋다.
서면 IMAX관에서 가오갤3를 봤는데… 딱 돈 안 아까울 정도로 재밌었다. 아쉬운 점은 이게 시리즈 마지막이라는거? 이제 진짜 예전의 그 MCU속 캐릭터들과는 빠빠이라는 생각에 별로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6월: Hello 냥이, Bye 부산
![](https://blog.kakaocdn.net/dn/cJCNh3/btslRJcRjW5/btBFkwZRBiImV3KpdIeXU0/img.png)
![](https://blog.kakaocdn.net/dn/bqyxHP/btslQoGKSEN/Z8GmcZyyBR6R5OSjzuIS91/img.png)
새끼 고양이를 입양했다.
이제 곧 서울에 올라갈 예정이라 부산에 부모님 혼자 계시면 집이 너무 적적할 것 같아서 입양을 권했다. 마침 길 고양이가 버리고 간 새끼 고양이 3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분이 계셔서 2마리를 입양해왔다. 이름은 덕배
(턱시도), 덕순
(덜룩이)다. 내가 지었지만, 진짜 잘 지은 것 같다..
입양 직후에도 이유식을 계속 먹어야해서 이유식을 먹였더니 응아를 너무 묽게 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리는 바람에 3~4일 정도 잠을 못 잘 정도로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다행히도 화장실도 잘 가리고, 응아도 응아답게 눈다.
덕순이는 너무 살이 안 찌더니, 점점 기력이 약해지는 것 같아서 혹시나.. 마음의 준비를 약간 했는데, 사료 양을 좀 늘려주니 뒤룩뒤룩 살찌기 시작해서 이제 덕배한테 힘으로 마냥 밀리지는 않는다. 역시 어릴 때는 밥이 최고다.
![](https://blog.kakaocdn.net/dn/XcRiC/btslUtmkS5D/H2LzwnheLs10OPSbmucmf0/img.png)
![](https://blog.kakaocdn.net/dn/d7evub/btslQofIj2T/1XgXznr02VDDP8lXZaEPn1/img.png)
드디어 7월에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5~6월 즈음에 관련해서 연락 주신다고 하셨는데, 5월에 연락이 없길래 먼저 연락해서 입사 일정을 안내 받았다.
어차피 때가 되면 알아서 연락주시리라 생각하고 별 생각 없었는데, 주변에서 워낙 많이 물어보고 걱정해서… 빨리 일정 알려 달라고 닦달했는데 담당자분에게는 조금 죄송하다.
배정 받은 팀이 뭘 개발하고 어떤 팀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팀 명만 봤을 때는.. 너무 마음에 든다. js나 ts만 안 하면 다 할 수 있다는 마인드인데, 다행히 그 쪽으로는 건드릴 일이 없을 것 같다.
(전형 조건에 희망부서 조율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런 연락은 딱히 없었다. 근데.. 뭐.. 알아서 내가 맞는 곳에 잘 넣어주시겠지~ 하고 있었는데, 면접 때 얘기했던 프로젝트 기반으로 딱 맞는 곳에 넣어주신 것 같아서 막 넣는 게 아니라 신경 써 주시는구나 싶다)
6월 말은 입사 절차 밟고, 신변 정리 한다고 좀 많이 바빴다. “신변 정리”라고 하니 어감상 조금 그렇긴 한데, 주변에 고마웠던 분들께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짐 정리하고, 생각 정리하고…
뭐.. 그러다 보니까 입사 일이 벌써 3일 밖에 안 남았다. 회사 일이란 게 절대 재미있을 수 있는 게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괜스레 설레고, 긴장된다.
그 과정 중에서 깨달은 것은, 세상에는 절대 나와 비슷하거나 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친해도, 아무리 오래 같이 지내와도, 심지어 가족일지라도 절대 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들 다 배척하고 혼자 지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남들은 절대 날 이해하지 못 하기 때문에, 이해해 줄 거라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내가 10만큼 해줬으니.. 상대방은 적어도 5는 해줘야 안 되겠나?” 하는 것 조차 굉장히 자기 중심적이고 자만이다. 내가 10을 해준들, 상대방은 그걸 5로 받아들일지, 1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마이너스일지 나는 알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행동거지를 이해해주고, 내 노력을 알아주고, 내 마음을 헤아려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하면 안 된다. 6개월 동안 내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이고, 많이 한 말이 아닐까 싶다. 다시 한 번 새기자. “알아서 해라.”
Uploaded by N2T
(23.06.25 01:49)에 작성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