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병원 : 구서 이루미치과
수술 병원 : 양산 부산대병원
수술 교수 : 황대석 교수님
수술 3일차 ~ 5일차
밤새고 아침 먹으면서 잠들고(그냥 기절) 2시간 자고 일어나서 조금 걷다가 점심으면서 잠들고...
다만 3일차 부터는 냉찜질 해줄 필요가 없어서 그게 조금 편해진다. 냉찜질을 제외하더라도 3일 차 부터는 이동을 제한하던 줄들(소변줄, 핏줄)이 모두 뽑히기 때문에 이동도 가능하고 더불어 간단한 세안도 가능하다!
물론 조금 불편하게 해야하지만 떡진 머리와 얼굴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수술 시간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길었어서 그런지 붓기가 심했는데, 3일차 되면 코 위로 붓기는 얼추 정리되고 코 아래 붓기는 여전히 크게 남아있다.
붓기는 알아서 빠진다니 크게 신경이 안 쓰이는데 턱 전체에 감각이 없다보니 침이 줄줄 흘러서 항상 휴지를 휴대하고 다녀야했다.
사실 3~5일차에 크게 기억나는게 없다. 정말 말 그대로 '아침뉴케어-잠(기절)-점심뉴케어-잠(기절)-저녁뉴케어-밤샘-아침뉴케어'의 반복이었다.
한 가지 기억나는건 하루하루 정신이 피폐해져간다는 것 뿐이다. 4일차 부터는 육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 고통이 훨씬 크다. 닫힌 공간에 말 한마디 못 하고 수면부족에 약기운에....
아버지가 계속 상주해주셨는데 만약 보호자가 없었더라면 일말의 과장도 없이 정신이 나가버렸을 지도 모른다.
아! 5일차 때 악간고정을 풀었다.
다만, 계속 웨이퍼는 끼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웨이퍼를 끼고 고무줄로 고정시켜줘야했다.
얼굴뿐만 아니라 입안, 잇몸도 팅팅 부어 있고 감각이 하나도 없어서 고무줄 끼우기가 엄청 힘들다.
처음 고무줄을 끼울 땐 정확히 1시간이 걸렸고 심지어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끼우기가 힘들었다.
3번 4번 해보니 익숙해져서 빨라지긴 했는데 일단 밥을 먹기 전에 의식치루듯이 무엇인가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하지만 그런 귀찮은 과정을 다 떠나서 악간고정을 풀었다는 그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먼저, 웨이퍼를 빼고 죽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양치를 칠 수 있게 되었고, 엄청 어눌하지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웨이퍼를 뺄 때마다 봉인을 해제하는 느낌이라 너무 행복했고 다시 웨이퍼 끼는게 싫었다.
양치를 칠 수 있게 되면서 입안 가래를 어느정도 정리하고 했는데 그래도 1시간 뒤면 다시 가래로 범벅이 된다.
그래서 양치치고 얼른 웨이퍼 끼우고 얼른 가습기 코로 향해놓고 얼른 잠들어야 조금이라도 잘 수 있다.
길어봤자 2시간이지만.
수술 6일차(퇴원)
보통 7일차에 퇴원하는데 6일차인 월요일에 퇴원하게 되었다. 퇴원소식을 일요일에 들었는데 듣자마자 양손 번쩍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팔에 달린 지긋지긋한 주사바늘, 불편한 잠자리, 답답한 병원공기에서 탈출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이제 고생 끝났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환호했다.
내 몸 가눌 힘도 없었기에 아버지가 짐을 전부 정리해서 차에 실어주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보호자는 끝까지 있어주는게 좋다. 처음 퇴원하고 바깥공기를 마시면 약간 어지럽기때문에 천천히 아버지 손잡고 차에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고 제일 처음 먹은 음식은 본죽 호박죽이다. 어제까지만해도 웨이퍼를 빼도 입이 안 벌어지고 벌리기 무서워서 죽먹을 생각을 못 했는데 처음으로 죽을 도전해봤다. 생각보다 잘 먹어지고 너무 맛있었는데, 죽을 반도 못 먹었다.
심지어 그거 먹고 체해서 하루종일 배가 아팠다.
퇴원후에 가장 걱정 되었던건 역시 잠자리였는데 퇴원하자마자 가래가 귀신같이 사라졌다.
가래의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은 병원 공기였던 것 같다. 가래가 사라지니 약간의 코막힘이 생기긴 했는데 한 쪽만 막히고 한 쪽은 고속도로마냥 뻥 뚫려있어서 불편하지는 않다.
그런데 하나의 복병이 있었는데, 바로 약이다. 처음에 생각없이 4알 모두 털어넣고 삼켰는데, 목이 부어있는 데다가 혀 감각도 없어서 약 삼키는게 힘들었다.
약 삼키는거 힘든거 쯤이야 몇 번 시도하다보면 알아서 먹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진짜 문제는 약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쓰다. 태어나서 이렇게 쓴 약은 처음 먹어본다.
어느정도로 쓰냐면 먹다가 뱉어내고 울었다. 아직 감각때문에 물 마시는게 불편해서 주사기로 행궈내는데, 뱉어내도 온 입안이 써서 미치는 줄 알았다. 약 먹다말고 애가 울고 있으니 아버지가 아파서 그러는 줄 알고 놀라서 병원가자고 하실정도로 정말 서럽게 울었다.
약 뿐만 아니라 퇴원하면 고생 끝 일줄 알았는데 여전히 식사는 불편하고 웨이퍼 고무줄 거는건 귀찮고 약은 너무 쓰고 약먹고 나면 어지럽고..... 말도 못 하니 답답하고 나가지도 못 하고 이런 저런 복합적인 이유로 너무 힘들어서 거의 30분동안 화장실에서 소리내면서 울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가끔 잠자리에 누우면 이 날 기억이나서 잠을 설칠정도로 이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수술 3일~6일(퇴원) 정리
1. 고통은 끝. 잠과의 싸움 시작. 정신적으로 피폐해짐.
2. 퇴원하면 잠과의 싸움도 끝. 약은 더럽게 씀.